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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용어 이해하기

미술용어 - 사이키델릭 아트 Psychedelic Art

by 이자벨우 2024. 2. 16.
사이키델릭 아트 Psychedelic Art

 

도취 또는 환각 예술. 1960년대 미국의 히피 문화와 함께 보급된 환각제 LSD25를 통해 체험한 환시와 환청을 미술작품으로 재현한 경향을 말한다. 로버트 매스터스는 "미술가들은 대개 사고나 지각으로부터 영감을 끌어내지만 이 경향은 예술적 영감이나 재능에 기초하기보다는 단순히 사이키델릭 한 경험에 기초한다(≪Psychedelic Art≫, R. Masters 외, 1968)"라고 하여 이 부류의 특성과 한계를 명확히 하였다.

 LSD25는 원래 1943년에 스위스에서 정신병 치료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이후 DMT나 마리화나처럼 일종의 마약으로 취급되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먼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게 되고 동공이 커지며 사물이 아주 크게 보여 초현실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특히 극소량으로도 환시와 환청을 경험할 수 있는 까닭에 예술 분야에서도 응용되었다. 환상적 시·청각 체험을 통해 일상적 감각으로부터의 해방을 목적으로 한 까닭에 일상적 사고나 상식 등이 도리어 거부되고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잠재된 감수성을 일깨우는 데 목적을 두었다.

 사이키델릭이란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거 가지 설이 있으나 대체로 '정신'을 뜻하는 사이키(psyche)와 '확장'을 뜻하는 델릭(delic) 또는 '유쾌한', '성감을 돋우는'의 뜻인 딜리셔스(delicious) 등의 말과 합쳐져 확장된 또는 황홀, 도취된 정신상태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넓게는 환각제의 복용을 통해 제작한 작품 외에도 환각적 체험을 일게 하는 온갖 표현행위 역시 이 경향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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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키델릭 아트는 1960년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되었지만 그 기미는 19세기말 파동 형태를 추구한 아르누보, 세제션 운동의 주도자 귀스타브 클림트의 환상적인 누드화에서부터 엿보이기 시작했다. (일부생략) 이후 20세기 중반 LSD25가 개발된 후 1960년대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격변기였던 동시에 허무주의에 기초한 일종의 반문화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마약과 히피 문화가 절정을 이룬 시기였다. 이러한 영향은 미술계에도 파급되어 196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USCO 그룹의 실험적 시도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들은 LSD를 복욕하지 않고 빛, 소리, 음향, 색채 등을 이용한 환각적 작품을 창안해내어 색다른 정신세계의 탐험을 가능케 했다. 이들의 이색적 실험을 비롯한 사이키델릭 아트의 전형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형태면에서는 LSD 복용을 통해 체험한 유동적인 흐느적거리는 형태가 가장 대표적이며, 색채면에서는 강한 시각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원색 및 형광색이 주조를 이루었다. 이 경향에서는 조명과 음향 역시 환각적 공간연출에 필수적 요소였다.

 사이키델릭에 대한 예술적 실험은 1960년대에 절정을 이루어 USCO 외에 화려한 꽃무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환상적 화면을 구사한 아이삭 아브라함스, 노랑과 붉은 색조 위주의 표현적 추상작품을 제작한 앨런애트웰을 비롯해 종합적 형태 창출을 원하는 퍼포먼스 작가들을 통해 실현되었는데 순수미술뿐 아니라 포스터, 디자인, 광고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다. 한 예로 1960년대 후반 록 음악 그룹 비틀즈의 공연에 대한 선전 포스터 역시 사이키델릭 그래픽 기법으로 디자인된 것이 많다.

 사이키델릭한 체험은 미술뿐 아니라 영화, 문학에도 침투했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감추어진 내면 표출에 역점을 둔 언더그라운드시네마에서 주로 시도되었다.

 LSD25는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켜 결국에는 법적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탄생된 사이키델릭 아트는 대중문화와 결합하여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하였으며 오늘날까지 미술계에서 그 맥이 음성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일부생략)

 

출처 - 현대미술사전,안연희,1999,미진사 ≪일부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