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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용어 이해하기

미술용어 - 시뮬레이션 simulation

by 이자벨우 2024. 2. 21.
시뮬레이션 simulation

 

원래 위조품 혹은 모제품(replica)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현실의 현상을 컴퓨터 등의 기계장치에 의해 모방적으로 재현하는 실험을 말하며 흔히 ‘모의’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일부생략) 위조품을 모사하거나 뉴스 거리가 될만한 사건을 그대로 재연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시뮬레이션은 1970년대 말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프랑스의 사상가인 보들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이 용어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결되어 미술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즉 오리지널이 없는 복제를 만드는 작업을 시뮬레이션으로, 그 복제를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지칭하게 된 것이다.

보들리야르는 더 이상 실재(reality)와 그것을 묘사한 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예전에는 이미지로서 묘사되었던 실재를 이제는 이미지가 대체해 버렸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미지의 범람을 토대로 정보가 포화되고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는 리얼리티 자체가 소멸되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시대이며, 이 세계는 모조품인 시뮬라크럼이 지배하는 추상적인 곳이라는 비관적인 세계관을 피력한 바 있다. 특히 그는 1983년 《 Art & Text》 9월호에 개제한 논문인 《시뮬레이크라의 진행》에서 “이제 더 이상 모방이나 복제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실재 자체를 실재의 기호로 대체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정보와 이미지를 계속 재생하고 복제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TV, 팩시밀리, 유전공학까지 포함하는-에 대한 반응으로 보들리야르는 원본성(authenticity)의 개념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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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오리지널인가? 그리고 공적인 사건들은 어디서 끝나며, 이 사건들을 재현하고 해석한 수많은 이미지의 흐름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이러한 보들리야르의 추론은 아방가르드적 독창성(originality)에만 가치를 부여했던 근대 시대가 막을 내리려 하는 시점에서 독창성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심하였던 일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의 태도와 일치한다.


찰스워드, 헤일리(1953~ ), 크루거, 셰리 레빈(1947~ ), 프린스 등과 같은 미술가와 이들에 대해 논평한 평론가들은 종종 보들리야르가 주장한 시뮬라크럼 개념을 언급하였다. 이 중에서 레빈을 비롯한 다수의 작가들이 미술사나 대중문화에 등장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오리지널리티를 비판하는 차용(appropriation)의 방법론을 채택하였다. (일부생략)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뮬레이션 [simulation] (세계미술용어사전, 1999., 월간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