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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화가이야기/작품 이야기

아르놀피니의 결혼 - 얀 반 에이크

by 이자벨우 2024. 2. 28.

아르놀피니의 결혼 82.2X60, 1434


얀 반 에이크는 자연주의에 입각한 정교한 세부 묘사로 유명하지만 한 껍질 더 벗겨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 상징으로 가득한 작품도 그렸다. 성서와 중세의 기독교 문헌들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러한 상징들을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매우 클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번 그림은 이와 같은 상징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이 그림은 단순히 결혼식이나 약혼식 장면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그 이면에 훨씬 복잡한 수수께끼가 감추어져 있다는 해석이다.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 루카에서 태어난 상인 조반니 아르놀피니(?-1472)와 그의 아내 조반나 체나미(?-1480)는 오랫동안 브뤼헤에 살았다.
부부가 입고 있는 화려한 옷으로 보아 상류계급에 속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략)

 

 

뒤쪽 벽의 볼록 거울과 그 위에 새겨진 문구는 이 그림을 푸는 열쇠가 된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면 두 명의 사람이 더 보인다. 이는 감상자에게 조반니 부부와 함께 서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두 사람 중 하나는 아마도 화가 자신일 것이다. 왜냐하면 거울 위에 라틴어로 쓴 '요하네스 반 에이크 이곳을 방문하다 1434년.'이라는 문구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이 그려진 15세기만해도 결혼식은 매우 개인적인 행사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외부인(하객)이 참석하는 일이 흔치 않았다. 그러면 반 에이크는 정말로 이 결혼식에 증인의 자격으로 동석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들 부부는 마치 공증인이 결혼 증서에 서명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결혼을 증명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중략)
거울 양편에 걸린 작은 빗자루와 묵주는 당시의 인기있는 결혼 선물로, 기독교의 두가지 강령인 '기도와 노동'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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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는 인간이 타락하기 전의 에덴동산을 지배한 순수와 정결의 상징이다. 또한 오렌지는 당시 부유층만이 먹을 수 있었던 값비싼 과일로 풍요를 뜻하기도 한다.
(중략)
그림에서 일곱 갈래 가지 중에서 단 하나의 촛불만 밝힌 샹들리에는 신부가 신랑에게 주는 전통적인 선물이다. 환하게 타고 있는 촛불은 하느님의 꺼지지 않는 빛을 의미한다.

 

출처 - 한 권으로 읽는 명화와 현대 미술,파트릭 데 링크·존 톰슨 지음,박누리 옮김≪일부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