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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화가이야기/작품 이야기

거인의 시대 The Titanic Days - 르네 마그리트

by 이자벨우 2024. 2. 28.

거인의 시대 The Titanic Days 116X81, 1928


이 작품의 주제는 세 버전이 남아 있다. 첫번째는 1928년 3월에 완성된 그리 크지 않은 작품으로 이 장면을 3/4만큼만 그린 것이다. 두번째는 이 첫 그림과 연관된 드로잉으로 1928년 4월 Distances라는 잡지에 이 이미지를 재현한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등장인물의 전신을 보여주는 대작이 바로 「거인의 시대The Titanic Days」이다. 같은 해 7월이나 8월 즈음 완성된 이 작품은 현실 공간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려운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하나의 기념탑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본래 마그리트는 잡지에 실린 드로잉을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이름 붙이려 했지만 왠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차에, 폴 누제에게 조언을 부탁해 그가 제안한 「무장해제의 새벽」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최종안 「거인의 시대」는 루이 스퀴트네르의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다.
 
마그리트는 이 그림의 주제를 친구 마르셀 르콩트에게 설명하기 위해 글과 스케치를 담은 두 통의 편지를 보냈다. "보다시피 이 드로잉은 한 여인을 강간하려는 장면을 나타낸 것일세. 피해자는 공포 상태에 빠져 있고. 나는 바로 이 주제를 , 그러니까 이 여인을 사로잡은 공포를 일종의 시각적 속임수를 통해 포착하려 했네. 다시 말해 공간의 법칙을 뒤엎은 것이지. 그렇게 해서 이 주제를 일반적으로 다루었을 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효과를 거두려고 했어.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네. 한 남자가 여인을 붙잡고, 그는 그녀의 앞에 서 있어. 따라서 이 남자는 우리의 시야와 여인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는 그 부분만큼은 여인을 가리는 것이 정상이네. 하지만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바로 이 남자가 여인의 실루엣을 전혀 가리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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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완전히 보이는 것은 강간 당하고 있는 여인 뿐이다. 여인은 철저한 저항을 계속 하지만 남자는 이미 그녀를 부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강제적으로 그녀 앞을 가로막을수록 그녀의 존재는 그녀의 신체를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가시화할 수 있는 남자에 의해 지워진다. 강간 혹은 신체적 폭력에 관한 표현이 마그리트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콜라주 기법 이상으로 다급하고 절망적이며 끔찍한 느낌을 극렬하게 전달한 예는 드물다. 이 그림에서 다루고 있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비하면 「거인의 시대」라는 제목은 상당히 완곡하며, 아마도 보는 이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듯하다. 이 제목은 마그리트에게 회화적 창조이 영감을 준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중략)
 
출처 -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전시도록(서울시립미술관 200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