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용어 이해하기

미술용어 - 키치 Kitsch

이자벨우 2024. 1. 25. 08:00
키치 Kitsch

 
'값싸게 하다'하는 뜻의 독일어 베르키첸(Verkitschen)에서 유래된 말로  '쓰레기', '폐물',  '가짜', '속임수',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 등을 의미한다. 원래는 과거 독일의 빈민층에서 부유층이 내다버린 잡동사니들을 주워 생활용품으로 사용한 것을 비아냥거리는 의미에서 사용된 말이다. 미술적으로는 19세기 말 민헨의 예술가들이 처음 사용한 말로 고결함이 결여된 그림이나 상류사회에 대한 중산층의 동경심을 어설프게 묘사한 대량생산 복제품, 손으로 만든 작품 등에 대한 비판적 의미로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키치는 조악하고 비속한 감각을 주는 대상을 비하시켜 부르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키치는 대량생산과 부의 축적으로 대변되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비평가 해럴드 로젠버그의 말대로 현대미술에서의 키치는 저속한 통속미술의 차원에서 벗어나 오히려 이시대의 일상적 예술로 정의될 수 있으며, 서구사회 도처에 널린 값싸고 친근한 복제품들이 예술품으로 둔갑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주었다. (일부생략)
 그러나 이와 같이 키치에 대한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50, 60년대를 풍미한 형식주의 이론가 그린버그는 아방가르드를 예술의 최전선으로, 키치는 가장 후방의 예술로 비유하면서 《아방가르드와 키치》(1939)라는 논문에서 키치의 저속성-통속성에 대해 경멸적 어조로 분석한 바 있는데, 본지적이 아닌 부차적-간접적 요소로, 또 그 본질을 가짜-사기-위조 등으로 규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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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사에서는 키치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고 또 엄연한 예술소재로 발탁한 사조는 바로 1960년대 초 등장한 팝 아트이다. 대중문화에 근거하면서 심지어는 영화배우, 만화의 이미지까지 빌린 팜 아티스트들로 인해 저소하다고 외면당하던 소재들이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고 드디어는 적극적 옹호까지 받게 되었다. (일부생략) 아방가르드는 키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등장했고, 키치는 그러한 아방가르드의 진행을 방해하는 가운데 거듭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한 움베르토 에코는 "팝 아트에 의해 키치는 재조명되었고 그것은 미적 존엄성, 품의 등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가능케 하였다"라고 한 바 있다.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1970년대 말부터는 많은 미술가들이 키치를 애용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네오 팝 아트의 제프 쿤스는 키치 중에서도 가장 통속적인 키치를 택해 서구 자본주의사회의 상품화현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고고한 모더니즘의 역사, 그 중에서도 특히 추상표현주의, 미니멀 아트 등 형식주의추상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했던 키치의 사용이 오늘날의 미술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대중과의 직접적 감정 교류를 중요시하게 됨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일부생략)
 
 

최정화 <싹>1996, 바구니, 가짜 돼지머리-꽃-과일. 사진 : 김우일. 전형적 키치를 사용해 현대인에게 밀착된 인공적 환경과 존재 이유를 재고하게 만들었다.

 
 
출처 - 현대미술사전,안연희,1999,미진사 ≪일부발췌≫